구두사(九頭蛇)의 대가리, 발견 Read more



최후와 최초(Last and First)의 이야기

발견(Discovery)


사실 난 내 출생에 대해 별로 아는 게 없다. 

내 삶은 내가 그렇듯이, 
평범한 이들과 다르게 이례적이고 주목받을만한 사건들로 가득차 있었고,
난 이성에 눈뜨기도 전에 그곳에 있었다.
아니, 어쩌면 난 그곳에 없었을지도 모르겠다.

아마도 난,
내가 창조된 바로 그 순간부터 내가 어디서 태어났고, 
무엇을 위해 태어났는지를 벌써 인지했던 것 같다.
하지만, 그와 관련된 기억들은
내가 유아기를 보다 안전하게 보내기를 원하는 세력들에게 강탈당했다.

지금 내게 남은 것은 희미하고 하얗게 퇴색되어버린 막연한 인상들 뿐이었다.

다른 모든 자들을 압도하는 거대한 그림자가 내 탄생에 대해 찬사를 아끼지 않는 모습,
그리고 그 존재로부터 강제로 떨어져 나왔을 때 느낀 깊은 상실감,
또한 아직 명확한 음향 인식과 표현이 부족했던 내게 
다양한 색채로 뒤섞인 채 다가온 그 소음들,
마지막으로 내 온몸을 탐색하듯이 두드리고 긁어대던 손톱들,
이 끔찍한 촉감들은 3만 년대를 살고 있는 지금까지도, 
가끔씩 내 꿈속에 나와 날 괴롭혔다.

내가 기억하는 명확한 첫번째 기억
먹구름이 가득한 밤하늘 아래,
살을 에이는 듯한 차디찬 바람 속에서 
먼지를 가득 뒤집어 쓴 채로 멍하니 앉아있던 기억이다.

난 이곳이 대체 어디인지,
어떻게 이곳에 왔는지 등등,
아는게 아무것도 없었지만,
오직 하나 기억하는 게 있었다.
그건 바로 내 이름이었다.

어쩌면 그건 내 착각일지도 모르겠지만,
누군가 나를 이곳으로 데려오면서 내 귀에 내 이름을 속삭여 주었다.
그리고 난 혼자서 계속 내 이름을 되뇌고 있었다.

"나는 알파리우스(Alpharius)."

누군가 말하길 이름은 힘을 가진다고 했지만,
내 이름은 아무런 힘도 가지지 못했었다.
홀로 앉아 아무리 내 이름을 반복해 불러도, 
그 어떤 강력한 권위나 전면적인 보장따윈 느껴지지 않았다.

이름은 하나의 도구다.
식별 도구이자, 평가 기준으로,
명문천하(名聞天下)한 경우에는 손쉬운 도구로 사용되지만,
유명무실(有名無實)해진다면, 가차없이 버려지기도 한다.

그리고 지금,
다시금 내 이름은 진명(眞名)의 힘을 얻었다.
아닌가?

물론 이름이 가지는 힘은
내가 보여주는 나의 행동뿐만 아니라,
타인들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달려있다.
혹자가 내게, 나는 내 이름을 어떻게 받아들이냐고 묻는다면,
난 단순한 문자의 집합이라 말할 것이다.

지금까지 말한 이름이 가지는 힘의 개념들 중 중요한 점은,
이름에 힘을 부여하는 것도 우리 인간이고,
이름에서 힘을 느끼는 것도 우리 인간이라는 것이다.

사실 난 처음으로 명료한 의식과 기억을 가지고 앉아있던 그때에는 
이런 개념을 전혀 알지 못했다.

그때 내가 알았던 건,
사정없이 휘몰하치며 내 살을 에이고 있는 이 바람이 
영하권이거나 혹은 그 이하의 빙점하(氷點下)인게 분명하다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그바람 사이에서 나던 탁한 미세먼지의 텁텁한 맛도 기억난다.

또한 칠흑같은 어둠 속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밤하늘을 올려다 보자,
하늘을 뒤덮은 구름들 사이로 희미하게 퍼져나가는 화합물들을 확실하게 볼 수 있었다.

난 내 오른편 저 멀리 존재하는 높다랗고 황량한 산맥도 볼 수 있었다.
산맥의 높은 봉우리들은 구름에 가려져 있었지만,
그곳의 높이도 가늠할 수 있었으며,
내가 앉아있는 이 평원도, 
해수면에서 상당히 높은 곳에 위치한 고원이라는 사실도 알았다.
게다가 난 이곳의 공기가 평지에 비해 희박하다는 사실도 느끼고 있었다.

내가 이런 사실을 어떻게 알 수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어떻게 고도나 공기 농도를 측정했는지도 잘 모르겠고,
어떻게 이런 개념을 가지고 있었는지도 잘 모르겠다.
그저 본능이 알려주듯이 난, 그냥 그 사실을 알고 있었고 알 수 있었다.

내가 본능적으로 알아차린 또 다른 명백한 사실은
북쪽으로부터 나를 향해 밝은 빛들이 다가온다는 사실이었다.
앞서 이야기 했듯이 난 그 이유를 설명할 수는 없었지만,
그 빛들을 보자마자, 난 그게 무엇인지를 바로 알 수 있었다.
또한 그 빛들이 북쪽에서 나를 향해 다가온다는 것을 알 수 있었고,
방금 전 오른쪽에 있다고 생각했던 산맨이 실제로는 남쪽에 위치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난 내 삶에서 처음으로 위협이라는 개념을 인식했다. 

난 저 빛들 뒤에 존재하는 자들이 누구인지 알지 못했다.
게다가 그들이 내게 적대적인 감정을 가진 자들일 가능성이 있었다.
때문에 난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여 현상황을 검토하기로 했다.

난 지금 완전히 부서진 강철 조각들 사이에 앉아있었다.
원형이 무엇이었던 간에 이 강철 물체는 굉장히 강력한 힘에 의해 갈가리 찢겨나갔다.
아직 몇몇 장비들은 번쩍이며 빛을 내고 있었지만,
문외한인 내가 보더라도 이 기체를 수리할 방법은 없어보였다.

또다시 난,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았음에도, 
이 반만 남은 부서진 강철 물체가 무엇인지 알아차렸다.

내 주변의 땅은 강철제 물체가 상당히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충격에 
거인이 씹다 뱉은 껌처럼 엉망으로 변해있었다.

그러니까 이 기체가 날 태운채로 하늘을 날다가 강력한 힘으로 억지로 추락했다는 거지.

고고도에서 추락했다는 점이나, 
강력한 힘으로 지면을 강타했다는 점,
혹은 두 가지 사실 모두가 내 깊은 관심을 끌었다.
지금 이곳으로 쇄도하는 저 존재들은 추락한 기체를 구조하러 오는 것일 수도 있지만,
벌인 일의 끝장을 내거나, 혹은 약탈하러 오는 자들일 수도 있었다.

나는 아직 작고 어렸다.

주변을 확인했지만, 
이곳엔 잔해들만이 널려있을 뿐, 쓸만한 것은 전혀 없었다.
지금 이 시점 이전의 기억들이 어지럽게 머릿속에서 가물거리며 맴돌았지만,
어떤 것도 분명하게 생각나지 않았다.
난 최대한 이성적으로 현재 상황을 분석하려고 애썼다.
현재 중요한 사실은 내가 지금 바로 이곳에 홀로 앉아있으며,
엄폐할 곳 없는 개활지에서 눈에 확 띄는 잔해 옆에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난 추락한 그 시점부터 지금까지 꼼작도 하지 않고, 
같은 자리에 계속 앉아있었다.

난 전략적으로 매우 취약한 상황이었다.
난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행히도 내 몸은 내가 원하는 대로 무리없이 잘 움직였다.
일단 주변에서 무기로 삼을 만한 것이 있는지 확인했지만,
쓸만한 것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손에 쥘만한 크기의 돌은 보이지 않았고,
부서진 금속 조각들은 무디거나,
무기로 쓸기엔 너무 짧거나, 너무 길었다.

난 내 눈앞에 뜬 표지를 흘끗 보았다.
그 표지는 단조로운 두 단어로 이루어져 있었다.
'XX'
이건 지금 내가 활용할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의미했기에,
난 자세한 내용을 보지 않고 넘겨버렸다.

이제 불빛들은 내게 매우 가까워져있었다.
바람들 사이로 엔진들의 소음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엔진음으로 볼때 불빛 뒤의 기체는 최소한 하나 이상이었다.

이제 이곳을 벗어날 시간이었다.

난 최대한 가까이에서 몸을 숨길 수 있고,
저들이 적대적이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면 모습을 드러내기 쉬운 곳을 찾았다.
 
나는 최대한 자세를 낮춘 채, 
내가 추락하면서 지면에 남긴 자국들 사이를 벗어나,
인근의 살짝 솟아있는 야트막한 언덕으로 향했다.
나는 온몸을 뒤덮은 먼지를 방패삼아, 낮은 언덕 봉우리에 납짝 엎드린채
내가 처음으로 의식을 되찾았던 장소를 바라보았다.

두 대의 거대하고 육중한 기체에 무한궤도를 장착한 비행선이 그곳으로 날아왔다.
둘 다 식별할만한 특이점이 없는 기체였고,
군데군데 도색이 벗겨진데다가 상처 투성이의 비행선들이었다.
이들이 근접해서 착륙하자, 
인근을 덮고 있던 먼지와 모래, 그리고 녹들이 날아가면서
두 기체가 장비하고 있는 원거리 무리들이 내 눈에 들어왔다. 
문이 열리면서 비행선 내부의 빛이 어둠을 밝게 비췄다.

9 명의 존재가 비행선에서 내렸다.
모두 이족 보행을 하고, 전반적으로 나와 비슷한 모습을 한 존재였지만,
난 그들을 보자마자 그들이 나와 똑같은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이곳의 차가운 냉기와 
어쩌면 다른 유해한 환경을 막아줄 보호복을 두른 그들의 움직임은 매우 느리고, 어설펐다.
또한 이들은 모두 호흡 보조장비가 달린 마스크와 고글을 쓰고 있었다.

난 이곳의 기체가 호흡이 불가능한 수준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시험삼아 대기를 다시 깊게 들이마셨지만,
공기 중에서 격렬한 쓴맛이 느껴질 뿐이었고,
숨쉬는 데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었다.

저들은 전부 개인화기를 장비하고 있었다.
내 눈에 저들의 개인화기는 저들의 비행선에 달린 것처럼, 
매우 조잡한 원거리 투사 장비로 보였지만,
아직 난 내 몸의 내구성이나 회복력을 시험해볼 생각이 없었기에
조용히 감시 태세를 유지했다.

또 다시 나는 이들의 장비를 보자마자, 
앞서 위협을 느꼈던 것처럼 거의 본능적으로 그 기능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또한 이들의 움직임을 조금 관찰하자마자,
이들의 사각을 뚫고 접근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계속해서 이들의 행동을 지켜보자, 
내 머릿 속에서 자세한 공략법이 떠올랐다.

가장 오른쪽에 있는 비행선을 사각으로 이용해서 북서쪽에서 접근한다.
비행선의 정면으로 나서면서, 동시에 가장 가까이에 있는 자를 뒤에서 덥친다.
그의 허리춤에 꽂혀있는 칼을 뽑아 척추를 절단하고, 
그 시체를 바로 옆의 적에게 던진다.
다리를 약간 절던 다른 적은 손에 든 칼을 던져 처리한다.
방금 스러진 적이 들고 있던 적의 무기를 탈취해…
 
불과 한순간이었지만, 
고원에서 벌어진 이 살육전은 
내게 내가 창조된 목적을 처음으로 상기시켜주었다.

"이 빌어먹을 악마놈은 대체 뭐야?"

적들 중, 한 명이 부서진 잔해 위로 쓰러지며 말했다.
그의 동료들은 너무 멀리 떨어져 있기에
그가 내뱉은 최후의 단말마를 듣지 못한게 분명했지만,
초인적인 청력을 가진 난, 그의 동료들이 멀리서 찌껄이는 대화를 모두 옅들을 수 있었다.

방금 처치한 놈들의 동료들 중 한놈이 이건 분명 제국의 기술이라고 말하는 사이, 
절름발이가 추락한 잔해를 향해 조심스럽게 손을 뻗고 있었다.
그녀는 잔해에 닿기 전, 아슬아슬한 거리에서 손을 멈추고 남쪽의 산을 바라보았다.
감히 제국의 물건에 손을 대었다가, 크나큰 신벌을 받지는 않을까 주저하는 모양새였다.

"그러고 보니, 네가 제국 기술 전문가였지."
처음 말했던 자가 심한 콧소리가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전에 이런거 본적 있어?"

다른 목소리가 답했다.
"음, 전부 처음보는 것들인데."

"실수로 떨어뜨렸건, 추락했건간에 
이게 진짜 제국 소유물이라면, 그놈들 이걸 수거하러 올게 분명해."
세 번째 목소리가 동료들의 말을 끊은 채, 
긴장한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가 여기서 뭘 좀 가져가건, 
아님 그대로 둔채 떠나건 간에, 중요한건 말야, 
그들이 여기 왔을 때, 우린 여기 없을 거라는 거지."

"애초에 그들에게 정말 중요한게 들어있다면, 이런데 추락하게 그냥둘리가 없잖아."
처음 말했던 사내가 다시 강하게 밀어붙였지만,
그도 말하는 도중 슬쩍 남쪽 산을 바라보았다.
자신도 모르게 자신이 내뱉은 말이 그의 가슴을 무겁게 짓누르는 모양이었다.

근데 대체 난 여기 왜 온걸까?

"글쎄, 잘 모르겠어."
두 번째 목소리가 내키지 않는 듯한 느낌으로 말했다.
그는 이렇게 말하면서, 잔해에서 슬슬 뒷걸음질치고 있었다.
"내 생각에 이건 너무 위험해."

"다들 여기 한몫 잡으려고 온거 아니야!"
처음 말했던 자가 고압적인 목소리로 크게 외쳤다.

"허, 그래?"
두 번째 목소리가 그에게 반대하며 역정을 냈다.
"이게 대체 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여기서 뭘 주워가?
설사 주워 간다고 해도 뭔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팔 수 있겠어?
여기서 쓸데없이 시간을 보내는 건,
잃어버린 지들 기술 되찾으러 오는 제국인들에게
손쉬운 사격 연습 표적을 제공해 주는 일일 뿐이야."

갑자기 난 상대적으로 높은 고음을 감지하고 깜짝 놀랐다.
이건 단순한 고음이 아니라, 그 뒤에 알 수 없는 힘이 실려있었기 때문이다.

첫 번째 목소리의 사내는 자신의 무기를 들어올렸다.
"난 절대 이걸 그냥 두고 떠나지 않을 거야.
이걸 궤도 끌차에 실어."

그 소리는 점차 커졌다.
단순히 음역대가 고음으로 높아졌다는 게 아니라,
내 머리 위, 상공에서 소리 그 자체가 커지고 있었다.
난 재빨리 하늘을 올려다 보았지만,
내 눈에도 구름들 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질 않았다.
저들의 귀엔 이 시끄러운 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는 걸까?

"내게 명령조로 말하지마, 애버으락스(Aberath)"
두 번째 목소리가 차갑게 대꾸하면서, 
자신의 무기를 꺼내 첫 번째 목소리의 사내를 겨냥했다.
그녀의 돌발 행동은 그의 주의력을 끌기에 충분했다.

"그게 아니라-"

"잠깐, 저 소리 안들려?"
마침내 이들도 저 소리를 들었는지,
세 번째 목소리가 말을 끊으며 무리의 주목을 끌었다. 
잔해 주변을 서성이며, 
우두머리들이 결정을 내리기를 기다리던 대여섯 명의 패거리들도
그제서야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그들 중 몇몇은 자신의 무기를 들어올리거나 장전했다.

갑자기 구름이 갈라지더니, 금색 번갯불이 번쩍였다.

내 머리와 눈은 
지금 방금 무엇을 본 것인지 이해하고 판단하기 위해 멈칫했다.
잠시 시간이 지난 뒤에야 난 뭘 봤는지 이해했다.

그건 하늘을 나는 수송선이었다.
표면에는 황제의 권위와 풍족함을 상징하는 다양한 장식이 과시하듯 새겨져있었고,
그 어떤 적에게도 대응할 수 있는 막강한 화력을 과시하고 있었다.
그 수송선의 하부와 외부에는 
그 아래 옹기종기 모여있는 넝마주이들의 무장과는 
비교도 안될 화력의 대구경 총기와 각종 무장이 달려있었지만,
내 관심을 끈 건 그게 아니었다.

내관심을 끈건,
은은하게 빛나는 황금색 광배(光背)를 가진 거대한 인물이 
유유히 수송선에서 뛰어내려 지면에 내리꽂히듯 급강하 하는 장면이었다.

넝마주이들은 모두 이 초현실적인 광경에 압도당했다.
그들 중 한 명은 
원시적인 뇌가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을 한참 넘어서는 
강압적인 위협에 대한 본능적인 반응으로 
무기의 방아쇠를 잡아당겼고, 
조준점도 맞추지 못한 조악한 무기는 허공을 향해 의미없는 탄환을 날렸다.

다른 자들은 그 자리에 못박힌 듯, 
꼼짝도 하지 못하고 제자리에 서 있을 뿐이었다.
감히 아무도 입밖으로 자신의 생각이나 의사를 표현하지 못했지만,
허수아비 같은 그들의 자세와 움직임만으로도
그들을 마비시킨 공포와 경외심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었다.

거신광(擧身光)을 내뿜는 거체는 지표에 내려앉았고,
지면에 선 그의 신체는 주변의 다른 어떤 자와도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거대했다.

그 거체가 지면에 내려앉는 순간, 
난 알 수 없는 힘의 파동이 내 주변을 강하게 밀치는 느낌을 받았다.
넝마주이들은 모두 갑자기 끈이 끊어진 꼭두각시처럼 힘없이 자리에 쓰러졌다.

거인은 즉시 내가 숨어있던 언덕을 바라보며 말했다.
거인의 목소리는 내 귀에만 울려 퍼지는 게 아니라, 내 마음 속으로도 들렸다.

"이리 나오거라, 내 아들아."

난 그의 말을 저항하려 했다.
또한 그의 말을 거부하려 했다.
나는 나의 남은 모든 의지를 사용하여 어찌어찌 버텨냈다.

내가 원한 건 아니었지만, 
혼돈에 빠진 어슴푸레한 내 과거의 기억을 통해서,
난 이 거인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그의 존재가 커다란 공허로 남아있던 내 안을 가득 채웠고,
바로 이 순간 난 그가 누구인지 즉시 알아차렸다.

난 자리에서 일어서서, 먼지를 헤치며, 
빛을 뿜어내고 있는 사내를 향해 걸어나갔다.

"난 너희들을 모두 잃어버린 줄 알았다,"
그 거체는 경탄하는 목소리로 말을 걸어왔다.
"그런데 시간이 그리 지나고 나서야, 너를 여기서 찾았구나, 
등잔 밑이 어둡다더니, 바로 내 문앞에서 말이야."

그는 한쪽 무릎을 꿇더니 내게 손을 뻗었다.

"내게 얼굴을 보여주렴."

난 기꺼이 그가 내 몸을 훑어 볼 수 있게 몸을 맡겼다.
사실 난, 이 상황을 글로 어떻게 더 자세하게 묘사해야 할지 모르겠다. 
내 머리와 사지는 이리 저리 돌려졌고,
그는 내가 무슨 검사인지 이해하는 방법부터 시작해서 
눈에 보이기는 커녕, 짐작조차 하지 못할 방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서 내 몸을 샅샅이 검사했다.

내 마음 속에서 혹시 내게 무슨 이상이 있는건 아닌지 하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사고로 인해 내 몸에 어떤 문제가 발생한 건 아니겠지.

"전부… 이상이 없는지요?"
내가 물었다.

빛나는 거인은 잠시 주저하는 듯이 보였지만,
곧 확고한 의지를 담아 대답했고,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내게 반석과 같은 절대적인 확고함과 믿음을 주었다.

"그래,
그래, 아무 이상이 없구나."

난 아버지의 말씀에 깊은 안전감과 확신을 받았지만,
나의 몸은 무언가 부족함을 느끼고 있었다.

내 몸은 완벽하지 않았고, 무언가가 부족했다.
대체 뭐가 부족한 건지,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게 무엇인지 알수 없었다.
내게 무언가, 
무엇인가가 부족했지만,
그건 명확한 단어가 되어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지금의 난 완벽하지 않았다.

내게서 무언가가, 
어떤 점이,
나로부터 사라졌다. 

"지민(地民)들에게 몹쓸 짓을 하고 말았구나."

빛나는 거인이 우리 주변에 생기없이 쓰러진 몸뚱이들을 보며 말했다.

"안타깝지만, 저들이 이곳에서 본 걸 외부에 발설하게 둘 순 없었다.
설사 저들이 널 보지 못했더라도 말이지.
넌 지금 내게 남은 유일한 존재야.
아무도 내가 너를 찾았다는 걸 알아서는 안된다."

"그런데 전 대체 뭐죠?"
난 용기를 짜내서 거인에게 질문했다.
"그리고 당신은 대체 누구세요?"

거인은 내 질문에 대답했다.
그의 목소리는 이루 말할 수 없이 따듯했다.

"난 네 아버지다.
그리고 네가 뭐냐고 내게 묻는다면… 넌 내 아들이다.
혹시 이름이 있니?"

나는 고개를 들어 번쩍이는 빛 속의 인물을 자세히 보려 애쓰며 말했다.
"나는 알파리우스(Alphari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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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량의 의역과 오역이 섞여 있습니다.

번역방식도 주관적으로 되어 있습니다.

타인을 불쾌하게 만들었다면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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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백

  • Data Recovery Foundation : 구두사(九頭蛇)의 대가리, 머릿말 2021-06-16 12:00:20 #

    ... 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다. 호루스(Horus) 본인은 물론이고, 함선의 그 누구도 앞으로 무엇이 닥쳐올지 예상조차 하지 못했다. 구두사(九頭蛇)의 대가리, 발견 ---------------------------------------------------------------------------------- ... more

덧글

  • 자유로운 2021/06/16 17:46 # 답글

    황제가 의외로 인간미가 없는건 또 아니라서 참 보고 있으면 묘한 기분입니다.
  • Lapis 2021/06/18 09:08 #

    설정에 좌지우지되는 제멋대로인 아빠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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